
1. 그림책인가? 이야기책인가?
좋은 그림책이나 이야기 책을 창작하고자 한다면 먼저 이 두 가지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한다. 이야기 책은 언어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림이 이야기를 설명하기는 하지만, 이야기 책은 그림 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 글이 이미지를 표현하기 때문에 그림은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반대로, 진정한 그림책은 주요하게 혹은 완전히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글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림책에서 글은 그림이 나타낼 수 없는 것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그림책이 라디오를 통해 읽힌다면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림책에서 그림은 글을 대체하거나 확장하고, 명확하게 하고, 보충한다. 글과 그림은 모두 '읽힌다.' 그러한 까닭에 그림책에서는 글이 적게 사용되거나 아예 사용되지 않기도 한다. 이야기 책과 그림책의 차이점은 수준이나 그림의 양 이상이다. 그것은 콘셉트의 차이이다.
1) 이야기책의 콘셉트
전형적인 이야기는 대부분 보고 들은 것을 서술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아! 노인은 내가 그때 그에게 말을 하기라도 한 듯 내게로 돌아서며 말했다. “, “내게 그녀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자고 하다니, 자네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있어"
찰스 디킨스의 '장인 험프리의 시계'에서' 인용한 예문을 보면 보이는 것(“내게로 돌아서며")과 들리는 것(“아!... 자네는... 모르고(“아!... 자네는... 있어...”)이 모두 글로 표현되어 있다. 이야기 책은 이와 동일한 접근법을 취한다. 예를 들어 베아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이야기'를 보자.
맥그리거 씨는 무릎을 꿇고 앉아서 어린 양배추를 옮겨 심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펄쩍 뛰어올라 피터를 쫓으면
서 갈퀴를 흔들며 소리쳤다. “서라, 도둑아!"
이 글은 맥그리거 씨가 양배추를 옮겨 심는 모습을 그린 그림과 함께 제시된다.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이 이야기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기는 하지만, '피터 래빗 이야기'는 그림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글이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내부에 이미지를 함축하고 있다. 그림은 글이 표현하는 것을 단순히 강조하고 있을 뿐이다. 포터의 이야기와 디킨즈의 이야기는 그 체제나 길이, 복잡성의 정도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동일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피터 래빗 이야기'는 이야기 책이다.
2) 그림책의 콘셉트
그림책은 그림이 글만 한 중요성을 지니고 "씌어”진다. 그림책의 독자는 아직 글 읽는 법을 배우지 못한 유아들이다. 그러므로 유아들은 인쇄된 글자를 읽는 과정 없이 그림을 보면서 동시에 읽어주는 소리를 듣는다. 글을 통해 표현하는 대신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그림책은 즉각적이고, 생생하고, 감동적이고, 극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그림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연극이나 영화(특히 무성영화)에 가깝다. 그림책은 매우 독특한 책이다. 그림이 없다면 랜돌프 칼데콧의 '헤이, 디들, 디들'은 의미를 알 수 없게 된다. '헤이, 디들, 디들 이라는 무의미한 말은 음향 효과의 한 종류이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그림이다. 칼데콧의 그림책은 1978년에서 그가 사망한 1886년 사이에 창작되었는데, 이것은 진정한 그림책의 본보기를 보여준 첫 작품이다.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나오는 한 장면을 보면 글은 그 장난이 ‘한 가지'라는' 것만을 알려준다. 그림이 나머지 정보를 보충한다. 이 책의 다음 장면에 나오는 '요란한 소란'은 오로지 그림을 통해서만 전달된다. 글은 아예 사용되지 않는다. 같은 작가에 “어느 월요일 아침”이라는 책에 나오는 글을 보면 글만 봤을 때는 시골의 화창한 날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림은 그것이 비 오는 날이고, 이야기의 배경은 음산한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큰 도시의 거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야기책에서라면 이러한 '묘사'는 글을 통해 표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림이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어느 월요일 아침”은 평범한 말이지만, 그림이 전달하는 구체적인 묘사에 의해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그림책에서 정보를 보충하는 것은 그림이다.
2. 화면 전개
그림책은 그림과 글을 통해, 가끔은 그림만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한다.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자면, 이야기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림책에 사용되는 그림을 지배하는 규칙을 알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이 없는 일련의 그림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림은 해가 떠오르는 장면 같은 가능하면 단순한 장면을 나타내는 것이 좋다. 시작이나 끝이 어떻든 간에 화면 전개는 일관성을 갖추어야 하며 의미가 있어야 한다. 화면 전개는 팬터마임과 같다. 춤추는 사람이나 웃는 얼굴 같은 장면을 보여주며, 쉽게 볼 수 있고 즉시 이해할 수 있다. 여러분이 어떤 장면을 보여주고자 할 경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 ‘진보’나 ‘평화’ 또는 '인내' 같은 표현이 어려운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기피하게 될 것이다. 화면 전개를 익히면서 여러분은 ‘그러한 것들' 이 길거리의 표지판처럼 즉각적으로 포착해낼 수 있는 명확성을 성취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독자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가의 여부가 여기에 달려 있으므로 이야기 전달의 명확성은 매우 중요하다.
1) 배우와 무대
화면 전개에는 두 요소가 있다. 하나는 움직임이고 다른 하나는 정지이다. 이것이 "배우"와 "무대"이다. 배우가 없다면 움직임이 없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무대도 필수적이다. 무대가 없다면 우리는 배우가 연기를 한다고 말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2) 가독성
가독성이란 우리가 한 프레임에서 다른 프레임으로 장면을 쉽게 따라갈 수 있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림 전개에 있어서의 가독성은 배우와 무대의 명확한 관계 설정에 달려 있다. 배우와 무대의 관계 설정은 변할 수 있지만, 항상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
3) 일관성
화면 전개는 언어 대신 시각적 상징으로 써진 문구이다. 일반적으로 읽기를 배우기 위해서는 한글을 익혀야 한다. 하지만 화면 전개는 한글을 익히지 않고도 읽어낼 수 있다. 처음에 나오는 몇 개의 프레임을 통해 규칙을 찾아내거나 그림이 함축하고 있는 코드를 통해 화면 전개를 어떻게 읽어낼 것인가를 알 수 있다. 그림의 코드는 앞으로 화면이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약속한다. 이러한 약속이 파기되면 화면 전개를 읽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4) 속도
화면 전개 속도는 그림 코드와 마찬가지로 내용과의 적합성과 연속성을 갖추어야 하며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한다. 모든 화면 전개에서는 움직임과 변화가 있지만, 너무 빠르거나 느리게 진행되면 이해하기 어렵다. 화면 전개 속도는 배우의 움직임과 분위기를 반영해야 한다.
5) 명확한 진행
속도 조절과 더불어 명확한 진행이 필요하다. 하나하나의 프레임은 논리적 연결성을 지니며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고,, 독자들이 다음 장면을 기대하게 만들어야 한다.
6) 친숙성과 의외성
제시된 장면이 친숙하면 화면 전개를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친숙한 것에만 의존할 경우 주제가 제한된다. 화면 전개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익힌 후에는, 친숙하지 않은 상황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다. 친숙하지 않고 의외성을 띠는 장면이 화면 전개 과정에 끼어들 때 독자가 흥미를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요약: 배우와 무대의 관계 설정이 명확하고, 그림 코드에 일관성이 있고, 화면 진행과 그 안에서의 움직임이 맞아떨어질 경우 화면 전개는 독자에게 ’ 이야기를‘ 한다. 화면 전개가 더 명확하게 ’ 이야기할 ‘ 수록 독자는 거기서 더 큰 즐거움을 얻는다. 또한 어린이 책에서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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